Yang, Minwoo

Creative Interview #양민우
그가 블루에 미쳐버린 이유

오프커넥션은 The Creative Circle(이하 TCC) 멤버들과 함께 만들어갈 웹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처럼 이 웹진도 다양한 지역,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중인 TCC멤버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게 되었죠. 아무래도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지 서로 알아야 함께 무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겠죠?

그래서 맴버 한분 한분을 만나보기로 했어요. 저희가 만나본 첫번째 멤버는 ‘쏘블루’의 양민우 대표 입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민우블루’라는 활동명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민우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연희동에 서점이자 문화공간인 쏘블루를 론칭해서 지금까지 재미있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으로 쏘블루라는 공간을 마련하게 됐나요?


언제부턴가 파란색을 되게 많이 좋아하고 있다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회사를 다니던 중 파란색을 좋아하는 마음이 좀 더 진해졌고, 이후 어느새 친구 및 지인 심지어 동네 이웃까지도 제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더라고요. 파란색으로 저를 떠올려주시고,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더 즐겁겠다, 그리고 나만의 공간에서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라는 마음에 퇴사를 결심하고 공간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 자신이 남다르게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됐나요?


사실 지금도 파란색 옷을 입고 있고, 집에도 유난히 파란색 셔츠가 많아요.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는 @minwooblue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파란색과 관련된 것들을 아카이빙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이 저를 파란색과 연결시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주차장에 있는 파란색 꽃을 보거나 심지어 파란색 쓰레기통을 보고서 저에게 메세지를 보내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유명하거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파란색에 대한 저의 진심을 보고서도 저와 파란색을 연결시켜 생각해주는구나, 신기한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파란색과 민우님을 연결시켜 생각한다는 점이 어떻게 생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나요?


저와 파란색의 상관관계를 가장 크게 인식했던 건 파란색과 관련된 선물을 정말 많이 받고 있는 걸 깨달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파란색 라벨의 와인을 정말 많이 받았고 꽃, 만년필, 텀블러 등 다들  파란색 무언가를  저에게 선물 하더라구요. 단순히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걸 넘어서 파란색을 저와 연관 짓는 것에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걸  있다는 걸 알게된 순간 이걸 좀 더 발전시켜야겠다고 확신했습니다.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잘 파악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도 큰 재능이죠. 원래 그렇게 한가지에 몰두하는 사람이었나요? 원래부터 소위 말하는 ‘덕력’이 좀 있는 편이었나요?


네, 저는 늘 ‘덕력’이 꽤 높은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일본 문화나 게임 쪽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게임이나 만화를 깨나 즐겼다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끼고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만약 자녀가 생긴다면 책보다 만화책을 더 많이 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예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방식이 되게 만족스럽거든요. 그렇게 몰두하는 방법, 좋아하는 것을 향유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다 만화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죠.

쏘블루는 아직 오픈한지 1년이 채 안된 공간이에요. 모든 운영을 혼자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좀 우습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 곳에서 제가 ‘재즈(Jazz)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무대에 선다라는 느낌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회사원의 루틴과 달리 출근하자마자 스피커를 키고 그랜트 그린의 ‘Idle Moments’라는 곡을 틀어놓고 다른 것들을 세팅하죠. 재즈라고 말한 것은 해야 할 일을 그날 와서 생각하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 등 즉흥적으로 해치우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곳이 무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머물면서 일도 하지만 휴식을 갖기도 하고 공간을 찾은 사람들한테도 편안함을 주고자 해요. 그렇게 일과를 자유롭게  일하며 보내는 편이고 8시에 문을 닫고 귀가합니다.

쏘블루는 일반적인 서점과는 인상이 많이 다른데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나요?


방문하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 중에 낮 시간이 자유로우신 분들, 예를 들면 작가분들이 몇분 단골로 찾아 주시고요.요. 두 번째는 저처럼 파란색을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세상에는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소문을 듣고, 이 공간을 흠뻑 느끼고 가겠다는 자세로 찾아오고 계십니다. 찾아오셔서 ‘블루’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하죠.


파란색에 대한 깊은 대화라는 건 예를 들면 어떤 거죠?


일단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파란색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곤해요. 주로 저는 제가 왜 파란색을, 구체적으로 어떤 파란색을 특히 좋아하는지 이야기해요. 그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부분 제각각입니다. 살아온 환경, 어떤 지역에 대한 감상 등 다양해요. 그중 최근 방문하신 분이 7월에 부산 해변에서 목격한 파란 하늘에 매료되었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파란색에 대한 확고한 취향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는 종종 다른 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깊고 심오한 대화로 이어지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민우님이 파란색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얼까요?


사실 저는 명확한 계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어느 순간 옷장을 열었는데 파란색이 가득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파란색을 좋아하는구나 인식하게 된 케이스죠. 그리고는 제가 좋아하는 문화나 역사에서 내가 파란색을 좋아하게 된이유를 찾기도 하면서 취향이더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파란색이 있나요?


독일에 RAL이라는 컬러 스탠다드가 있어요. RAL 기준으로 코드명 5007의 ‘브릴리언트 블루’를 가장 좋아합니다. JBL 스피커의 배플로 사용되는 컬러이기도 해요. 약간 톤이 낮은 파스텔톤의 블루 컬러예요. 사람의 기분을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좋아합니다. 덧붙이자면 JBL 스피커가 재즈와 잘어울리기도 하고요.

그럼 재즈에 빠지게 된 이유는요?


와인을 즐기게 되면서 재즈와 와인의 궁합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재즈에 빠져들게 됐고 최근에는 위스키에 관심이 깊어져서 위스키와 파란색의 조화에 대해서도 몰두하고 있습니다.

파란색과 재즈는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나요?


저는 파란색과 재즈가 어떤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을 기획할 때 참고한 모델은 서점이 아니라 일본의 블루 재즈 킷사텐이었어요. 단순히 서점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 음료와 함께 책이나 수집품도 구경하고 재즈를 즐기다가는 공간으로 계획했죠. 이 공간을 통해 파란색과 재즈를 좀 더 밀접하게 연관시키는 중에 있어요.


오롯이 혼자서 쏘블루를 운영하고 있어요. 조직에서의 경험과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건 어떻게 다르던가요?


가장 큰 차이는 데드라인의 유무에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사업을 하면서 데드라인이 주는 강제성에 대해 크게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저에게 있어 부족한 면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결국 스스로에게도 데드라인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조직, 본인은 어느 쪽에 더 적합한 사람인가요?


저는 지금 큰 조직에서 나와 쏘블루를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꼭 조직생활이 안맞았다고 볼 수 는 없지만 제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면에서 저는 혼자 일하는 것이 더 맞는 사람이라고 볼 수 도 있겠네요. 나아가 더 늦지 않게 1인 사업에 대해 경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온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조직 내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쏘블루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도모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확장과 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 처럼 파란색, 블루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면 무엇인가 함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쏘블루는 어떤 상호작용이 있는 공간인가요?


저는 쏘블루가 연희동 한켠에 깊숙하게 스며든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가급적 많은 소통을 하려고 해요. 마음 속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을 때 그걸 내려놓고 잠시 쉴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쏘블루가 양호실 같은 역할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파란색 양호실이 지역사회와 문화 콘텐츠 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일종의 0.5차 의료기관 처럼 역할 했으면 해요. 앞서 말한 파란색에 대한 이야기로 물꼬를 트고 삶 전반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방문하신 분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쏘블루에서 앞으로 이어나가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 공간에서 주로 하고 싶은 건 교육 모임 콘텐츠입니다. 청색 거성이라고, 우주상에서 빨간 별보다 파란 별이 더 고온으로 완전 연소하는 별들을 그렇게 불러요. 우리가 가스레인지에서 보듯 빨간 불꽃보다 파란 불꽃이 더 뜨겁게 온전히 태워내는 속성을 가졌죠.. 파랗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지역이나 우리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어떤 사회적 영향을 주거나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개인적인 사명이 있어요. 이것은 사실 제 종교적인 생각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제 개인의 생각과 또 그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생각하면서 크게는, 교육이라는 그릇 안에 사명을 담아내고 싶은 바람입니다.


앞으로 쏘블루가 나아갈 방향과 이를 위해 특별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로컬 커넥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가 가만히 있거나 어떤 콘텐츠를 이야기한다고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아니라 커넥션이라는 건 특히 로컬의 한정에서 제가 진지하게 또 적극적으로 뾰족한 주제를 가지고 다가가야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주로 운영하려는 교육 모임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염두해두고 기획해 나가려고 합니다. 또 나아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 예술계의 플레이어들이랑도 다양하게 연결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OFF-CONNECTION은 TCC 멤버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다음분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가요? 혹시 본인이 만나고 싶은, 혹은 인터뷰 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그분에게 질문하셔도 좋아요.


재즈 뮤지션도 맴버중에 계신가요? 제가 일하는 방식으로 재즈음악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재즈 연주자라면 어떤 식으로 일과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종종 궁금해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재즈 연주자 그중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트럼펫 재즈 연주자가 계시다면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Outro.


어떤 음식, 어떤 노래, 어떤 사람이 아닌 어떤 색깔에 대한 진심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다른이와 자신의 취향을 나누는 것? 처음엔 다소 생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이걸 이렇게 까지 진지할 수 있다고?’, ‘이걸 대답할 수 있다고?’ 하며 신나게 여러가지 질문을 드렸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심오할 수 있는지, 또 그 마음이 어떻게 삶의 동력이 되고 나아가 본인의 일로 발전 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민우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샘솟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쏘블루라는 공간으로 풀어냈네요. 크지는 않지만 민우님의 취향이 듬뿍 담겨 있는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청량한 휴식을 주기도하고 또 민우님이 누군가로부터 영감을 얻기도하는 그런 곳 같았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눈 대화들을 지면으로 모두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오프커넥션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풀어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직접 민우블루의 경험과 취향에 대해 깊게 알아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도 곧 마련할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